오랜 시간 배우로 살아오면서 연기에 대한 생각도 많이 달라졌을 것 같아요.
처음에는 그저 주어진 걸 잘 해내는 데 급급했던 것 같아요. 감독님이 원하는 표정을 짓고, 대사를 외우고, 장면에 어울리는 감정을 표현하는 것부터 시작했으니까요.
지금은 조금 다릅니다. 그래도 경험이 쌓이면서 여유가 생겼달까요. (가볍게 웃는다.) 같은 대사라도 누가, 어떤 마음으로 말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장면이 되잖아요. 그런 차이를 발견하는 게 재미있어요. 아직도 배울 게 많다는 생각이 들고요.
연기는 자신을 표현하는 수단인가요, 아니면 다른 사람이 되어 보는 경험에 가까운가요?
과거에는 후자라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나 자신을 표현하는 수단이라고 생각합니다. 어쨌든 한 캐릭터에 제 방식과 생각을 녹여 저만의 정체성을 만들어 내는 거니까요. 은연중에 제가 많이 담긴다고 느껴져요.
지금까지 출연한 작품 중 유독 애착이 가는 작품이 있나요? 다시 연기해 보고 싶은 역할도 궁금합니다.
음, 하나만 고르기는 어렵네요. 작품마다 기억에 남는 순간이 달라서요. 특히 어릴 때 촬영했던 작품들은 지금 다시 보면 신기해요. 그때는 이해하지 못했던 감정들이 나중에야 보이기도 하거든요.
다시 연기하고 싶은 역할이 있다면, 아무래도 신아롬이라는 배우가 알려지기 시작한 드라마 《창 밖의 여름》의 유재현이 아닐까 싶어요.
지금의 자신이 과거의 연기를 다시 본다면 어떤 말을 해 주고 싶으세요?
잘하고 있다고 말해 줄 것 같아요. 지금의 기준으로 보면 부족한 부분도 많겠지만, 그때는 그때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으니까요.
대중은 아롬 씨를 빈틈없는 배우라고 평가합니다. 스스로도 완벽함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편인가요?
완벽하다는 말은 참 기분 좋은 칭찬이죠. 저를 좋게 봐 주신다는 뜻이니까요. 저는 제가 맡은 일을 제대로 해내고 싶어요. 적어도 제가 통제할 수 있는 부분에서는 최선을 다하는 편입니다.
아버지께서는 영화계의 거장이셨고, 아롬 씨 역시 같은 길을 걷고 계십니다. 아버지는 어떤 존재였나요?
제게 많은 것을 알려 주신 분이죠. 영화를 대하는 태도부터 작품을 바라보는 시선까지, 영향을 받은 부분이 적지 않습니다. 아버지께서 영화계에 남기신 성취는 분명 대단하다고 생각해요. 저 역시 배우로서 존경하는 부분이 있고요.
(잠시 말을 고른다.)
가족이라는 관계와 한 사람의 업적을 바라보는 일은 조금 다를 수도 있겠지만요. 두 가지를 반드시 같은 마음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아버지의 아들이라는 사실이 때로는 부담스럽게 느껴지기도 하시나요?
음, 아니라고 하면 거짓말이겠죠. 그렇지만 부담이라기보다는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시선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어떤 작품을 선택하든 아버지의 이름을 함께 떠올리는 분들이 계시니까요.
하지만 저는 신형준 감독의 아들이기 이전에 배우 신아롬이기도 합니다. 언젠가는 제 이름만으로 설명할 수 있는 작품과 연기를 더 많이 남기고 싶어요.
아버지께서 지금의 아롬 씨를 보신다면 어떤 말씀을 하실까요?
글쎄요. (짧은 침묵 끝에 미소를 짓는다.) 아마 부족한 부분을 먼저 말씀하시지 않을까요. 워낙 영화를 엄격하게 보시는 분이셨으니까요.
그래도 제가 앞으로 어떤 배우가 될지는 조금 더 지켜봐 주셨으면 좋았을 것 같아요. 아직 보여 드리지 못한 모습도 많으니까요.
아롬 씨가 생각하는 행복은 무엇인가요?
원하는 것을 얻었을 때의 만족감도 행복일 테고, 아무런 걱정 없이 쉬는 시간도 행복이겠죠.
저는 요즘 별다른 방해 없이 하루를 마무리할 수 있을 때가 좋더라고요. 해야 할 일을 끝내고, 다음 날을 걱정하지 않고 잠들 수 있는 날이요.
행복이라는 게 꼭 거창한 사건일 필요는 없잖아요.
그렇다면 지금의 삶에 만족하시나요?
만족하는 부분도 있고, 그렇지 않은 부분도 있죠.
(부드럽게 웃으며) 모든 게 완벽하다고 말씀드리면 너무 재미없는 인터뷰가 되지 않을까요?
촬영이 없는 날에는 주로 어떻게 시간을 보내세요?
음.. 딱히 특별한 건 없어요. 집에서 쉬거나 영화도 보고... 실컷 늦잠도 자죠. 아무래도 평소엔 여러 사람들과 함께하다 보니, 촬영이 없는 날만큼은 혼자 있는 시간을 가지려 해요.
사람을 처음 만났을 때 가장 먼저 보는 부분이 있나요?
가장 먼저 보는 부분이라... 음... 눈을 많이 보는 편인 것 같아요. 말을 할 때 상대방의 눈을 바라보는 습관이 있거든요. 표정이나 말투에서도 그 사람에 대해 알 수 있는 부분이 있고요.
그렇다면 사람을 보는 눈이 좋은 편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웃음) 그렇게 믿고 싶습니다. 다만 사람을 이해하는 것과 그 사람을 안다고 생각하는 건 다르다고 봐요. 오래 알고 지낸 사람에게도 몰랐던 면이 있을 수 있으니까요.
주변 사람들에게 다정하기로 유명합니다. 누군가와 가까워지는 데에는 시간이 필요한 편인가요?
다정하게 대하는 것과 가까워지는 건 별개니까요. 사실 상대방에게 좋은 태도를 보이는 건 그다지 어렵지 않거든요. 하지만 누군가를 제 생활 안으로 들이는 일은 조금 더 신중하게 결정해야 할 일이라 생각해서... 오래 두고 보는 편이에요. 사람마다 편안하게 느끼는 거리가 다르잖아요. 저는 그 거리를 서로 존중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조금 가벼운 질문을 드려 볼게요. 둘 중 하나만 선택해야 한다면요?
모두에게 사랑받기 vs. 단 한 사람에게 이해받기
단 한 사람에게 이해받기요.
의외네요. 대중의 사랑을 받는 배우로서 모두에게 사랑받는 쪽을 선택하실 줄 알았어요.
대중의 사랑은 감사한 일이죠. 지금의 저를 있게 해 준 소중한 마음들이니까요.
다만 모든 사람에게 이해받는 건 아무래도 어려운 일이잖아요. 저를 좋아해 주시는 분들이 제 모든 면을 알 필요도 없고요. 한 사람에게만큼은 꾸며 내지 않은 모습으로 있어도 괜찮다면, 그것만으로도 특별한 일이라고 생각해요.